커뮤니티의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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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ator: 류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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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t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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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흥망성쇠

Post by Warstomp »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지라,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여럿 해보았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니 커뮤니티에 일종의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 간추린 흥망성쇠

0. 창업기

한 명 혹은 극소수의 창업주에 의해 커뮤니티가 만들어 집니다.

커뮤니티의 목적은 대개 전문적이고 협소합니다.

1. 성장기

처음 목적에 합당하게 성장합니다.

극히 정교하진 않아도 굵직 굵직한 정보들이 게시판에 쌓입니다.

해당 분야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주옥같은 자료들이 회원과 링크, 스크랩 수를 늘립니다.

자발적인 활동가층이 형성됩니다.

2. 폭발기

애초의 목적을 너머 그 관련 분야에 두루 미치는 방대한 자료가 넘칩니다.

마찬가지로 넓은 범위의 관련자들이 가입하면서 1만에서 수만에 이르는 회원을 보유합니다.

또한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까지 확대됩니다.
(대개 1만명 모임이면 20~30여명의 참석자더군요. 10만이 넘으면 50여명대의 공식 행사도 합니다.)

3. 쇠퇴기

여전히 커뮤니티는 해당 분야 최고입니다.

하지만 FAQ를 무색케 하는 초보자들의 반복 질문에 활동가들이 정력을 낭비합니다.

사실 이쯤이면 참신한 연구 결과나 아이디어의 게시물보다는 아주 협소하거나 아주 넓은 이야기꺼리 때문에 컨텐츠의 집중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또한 답이 없는 근본주의 논객이 출현해 싸움도 종종 발생합니다.
(서로 배려하던 참 좋은 지역 술모임이 있었는데, 모임 참석 여부, 나이에 대한 예우 등 별 쓸모없는 논쟁으로 박살이 나더군요.)

가끔은 정치성, 상업성과 연계되 커뮤니티가 망가집니다.

사람이 많아짐에 따른 필연적인 모습이겠지요.

4. 패망기

어느 순간 열정가들이 사라지고, 업데이트도 느려집니다.

커뮤니티 회장 역시 행방불명.

그동안 인맥을 쌓은 사람들끼리 모임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새롭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 대처 방안

0. 배려깊은 정모

대체로 첫번째 정모가 분기점입니다.

이때를 기준으로 전체 커뮤니티의 색깔이 결정됩니다.

모든 정모에서 2차 3차까지 가는 음주가무는 위험요소.

2차 3차를 못가는 사람들은 위화감을 갖기도 하고, 막차 이후 처리 문제에서 서로간 난처한 감정이 나옵니다.

술모임이 목적이더라도 2차는 없어야 할 듯.

그리고 정모에서 싸움질 나지 않게 운용하는 묘미도 필요합니다.

1. 회원관리

자유를 갈망하는 저이지만 이 문제에서는 한발 물러서는데 찬성합니다.

완전 자율 공동체는 그 아름다움만큼 쓰레기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실한 회원 관리 기준을 선택하고 회원과 비회원간에 차이를 둬야 합니다.

회원 관리가 안되면 그 공백만큼 운영자들의 수고가 높아지고, 가장 열정적인 이들이 포기하게될 일도 많아집니다.

가입 연수와 무관하게 엄격한 회원관리를 하는 커뮤니티가 가장 잘 살아남고 계속 좋은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더군요.

한 예로 어떤 게시판의 쓰기 권한은 제한되고 읽기 권한은 완전 자유인데, 검증 받은 쓰기 권한자들이 워낙 좋은 글들을 남겨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컬럼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이는 커뮤니티의 열성가군을 형성, 유지해주는 좋은 장치입니다.

2. 주제의식

커뮤니티의 목적을 함부로 확대하면 낭패를 봅니다.

대략 1인이 가장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이 1천~2천, 최대 5천이라고 봅니다. 약 5천명 수준 당 0.5명의 운영자가 더 필요한 듯 합니다.

커뮤니티 컨텐츠는 넓이도 중요하지만 깊이도 중요합니다.

게시물이나 컨텐츠 하나 추가당 (다양한 상황 속의) 질문 발생률을 생각해 본다면, 성장기를 지난 커뮤니티는 주제의식을 놓치면 안 됩니다.

좀 다른 예로 순수 친목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는 무조건(?)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이 필수일 것입니다.
(부정기적으로 모였을 때 제가 이런 주장을 했었죠.)

허나 주인장이 갑자기 군대를 가고, 내부의 애정다툼으로 한순간 무너졌습니다.

당시 취업준비생으로 제가 1년 정도 끌어 봤지만 좀 어렵더군요.

주제 의식을 못 살린 것이지요.

3. 지속적인 컨텐츠 추가

물론 지속적인 컨텐츠 추가가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주인장, 운영자, 열성가군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주제의식 부분과 지속적 컨텐츠 추가 부분에서 GPG는 좀 위험한 것 같습니다.



......

사실 이 글조차도 GPG 커뮤니티의 주제의식과 멉니다. -_-)/

허나 여러 회원님들과 GPG의 좋은 전례를 원상복구하고 나쁜 습관을 발본색원하려는 의도니 좋게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재밌는 게임 만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 빼그 -
zu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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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커뮤니티의 흥망성쇠

Post by zupet »

안녕하세요. 매크로 없는 메비~랍니다.

Warstomp님이 제시해주신 방향도 나쁘지 않지만 커뮤니티는 '사람에 의해 구성되는 곳'이 되면 언젠가는 망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커뮤니티들의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경험상 커뮤니티가 망하기 시작하는 타이밍은 친분으로 뭉친 주류그룹이 탄생하는 순간부터입니다.

물론 겉으로 볼때는 주류 그룹이 몇개 있으며 그들이 활발이 활동할때가 가장 좋게 보이지만 그러한 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친분 조직이 되고 실제 커뮤니티와 관계없는 친분 모임과 그룹의 의견이 곧 커뮤니티의 방향이 되어 버립니다.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의사 결정 그룹이 생겨버린단 것이죠. 좀더 망가지기 시작하면 이러한 그룹들의 입맛에 맞춰 추가 주류/비주류를 나누게 되고 이때쯤 되면 몇몇 활동 멤버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들러리 취급만 받게될 뿐입니다.

제가 보는 이상적인 커뮤니티는 적절한 관리 시스템하에서 모든 회원들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고 가능한 주류그룹이 만들어지지 않는 환경입니다. 기여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기여에 따른 등급이나 이득이나 혜택이 주어져서도 안되고 실적에 따라 사람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커뮤니티의 활동 자체가 가능한 정직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환경 말이죠. 제가 지금 게시판에 뻘소리를 쓰면 글을 보고 기분 나빴던 사람이 마구 비꽈주는 것 자체가 매우 건전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저야 열은 좀 받겠지만 그사람의 평판이나 등급에 관계없이 비판이 가능하다는건 참 좋은 것이죠.

저는 이곳 GPG Study가 KLDP와 마찬가지로 친분으로 엮기위한 곳이 아니라 업계에서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업계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보기에 따라 살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런만큼 자신이 쓰는 글이나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솔직히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p.s.꽤 잘나가다 연애, 사업의 문제들이 끼어들면 무척 높은 확률로 커뮤니티는 깨지더군요. T_T
비회원

Warstomp 님 말씀도 맞고 Zupet님 말씀도 맞네요.

Post by 비회원 »

한때는 저역시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름 열성적으로 활동해봤구요.

허나 커뮤니티의 생성소멸주기가 대체로 Warstomp 님이 쓰신그대롭니다.

그래서 이젠 그 어떤 곳에도 발담그지않고 그저 묵묵히 구경만하게되네요.

대인관계에 지쳤다고도 볼수있고 크게 기대하지않게되는것도 없지않아있네요.

Zupet님 말씀대로 이곳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서 좋습니다.

이곳이 성숙치못한 인격의 소유자들로 넘쳐났다면 누군가가 와서 시비를 걸고

논점을 흐리는 짓을 했을때 떠나는 사람들이 상당했을것입니다.

허나 그렇게 쉽게 허물어질 커뮤니티가 아니기에 전 이곳이 좋습니다.
hepal
Posts: 49
Joined: 2002-01-23 09:00

Post by hepal »

일반적인 프로그래머의 특징 아닐까요.
대인관계 일부러 만들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 별로 안좋아하는...

탄탄한 커뮤니티라서 좋긴 한데 웬지 서글프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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